인공지능은 가상비서, 신원 인증, 쇼핑 지원 등의 모습으로 점점 더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 및 기업의 경쟁 구조를 근원적으로 바꿀 혁신자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인공지능 기반 비즈니스 사례나 기술 기업은 아직 흔치 않다.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은 빠르나 활용은 약하고, 하드웨어는 강하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허약한 한국의 고질병이 인공지능에서도 이어질까 우려된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에서도 인프라 구축이 빨라지고 있고 하드웨어도 상당 부분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한국의 전통적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과 더불어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활용 역량을 갖춘 고급인재 육성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Why Not Change the World!”
괄목할 만한 인공지능 활용 성공 사례는 과감하고 근원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온난화, 공해, 식량난, 생물다양성과 같은 전 지구적 문제, 우주 개발이나 난치병 치료 같은 과감한 문제에 손을 대려면 비전의 과감성과 중요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 WattTime이 구글의 지원을 받아 전 세계 화력발전소를 감시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지구의 파수꾼을 자처한다든지 페이스북이 이미지 인식 기술로 아프리카의 인구밀도 등을 조사하여 빈곤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멋진 일은 바로 비전과 감각에서 비롯된다.([그림 1] 참조)
이런 의미에서 인공지능 교육은 지식 교육 이상이 되어야 한다. 故김영길 한동대 총장이 역설하던 “Why Not Change the World!”는 인공지능 인재들의 비전이기도 해야 한다. 지식은 이미 인터넷에 편재한다. 인공지능 관련 교육 콘텐츠는 Coursera, edX, Udemy, Lynda 등에서 풍부히 제공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Andrew Ng 교수의 인공지능 관련 온라인 강좌는 지난달 기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6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강하였다. 이제 지식과 아울러 비전과 감각을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한다.
불과 수십 년 전 직업학교는 타자기나 계산기 사용법을 가르쳤다. 이제 인공지능 도구는 누구나 배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그리고 그 도구를 모르면 직장이나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인공지능 응용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AI for X”, 즉 인공지능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이론 개발자들에게 비즈니스 모델 창출 역량까지 요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등교육에서 인공지능 응용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은 이론 교육과 별개로 병설되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응용 교육이 깊어져야 한다. 현재의 교육 프로그램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활용 기초 및 사례, 현장 활용, 경영전략 및 사업모델 구축 등이 분절되어 있는 바, 수직적 결합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지원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글로벌 교육
개발도상국가의 인력을 교육하는 일도 한국이 담당하면 좋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은 전 세계 인구의 10% 미만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과 상관없이, 인공지능 산업은 저개발국가에서도 필요하다. 가령, 지도 기반 학습(Supervised Learning)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은 주로 아마존의 인력 크라우드소싱 서비스인 Mechanical Turk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건비가 더욱 저렴하고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가 이 일을 맡을 수 있다면 해당국가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이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아프리카 지역의 인구밀도를 계산하는 정도의 일은 아프리카 국가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인공지능 연구소를 가나에 구축한 것은 이러한 동기와 무관치 않다. 또한 인공지능 전문가를 인종이나 국적, 경제적으로 편중이 없도록 육성하는 것은 데이터 편견(Bias)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종차별 등 각종 다양성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에 한국은 저개발 국가의 인재를 데려와 국내 대학원에서 교육한 후 다시 본국으로 파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는 인공지능 교육 콘텐츠를 통해 원격 교육을 병행하는 것도 이들을 위해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인공지능 교육에서 윤리 교육의 중요성
인공지능 교육에는 윤리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 주된 이유는 인공지능이 구현할 초지능 (Superintelligence)이 지니는 불확실성과 파급효과 때문이다. 초지능은 인간을 대체하거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 다만 인공지능 스스로 윤리적 감각을 갖추어 행동하게 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하지 않게끔 프로그래밍 되는 수준이라면 인공지능 윤리는 결국 인공지능 개발자의 윤리로 귀착된다. 게임에서의 얼굴 이미지 분석 기술은 게임 참여자의 얼굴 표정에 지나친 피로가 감지될 때 게임을 중지하도록 하여 게임에 중독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으로 쓰이기도 한다. 반면, 마카오 도박장처럼 게임을 포기하려는 표정을 지을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듦으로 중독을 유발하기도 한다. 음성 딥러닝 기술은 전화를 거는 유괴범의 얼굴을 유추하는 데에도 활용되지만 친척의 목소리를 흉내 내게 하여 금융 사기에도 악용될 수 있다. 이미 IEEE 등은 인공지능제품 개발자나 도입 의사결정자들이 개발할 제품이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하지 않도록 윤리에 기반을 둔 개발 방법론(Ethically Aligned Design)을 따를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고찰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표 1]을 보더라도 국내에서 발표된 윤리 관련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윤리적 이슈에 대한 교육 및 연구기관의 관심도를 더욱 높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윤리 교과의 개발과 온라인 홍보 자료 배포를 고려할 수 있다.
[표 1] 발표된 연구논문 수(2015.1.~2019.6., Google Scholar 논문 제목 검색 기준)
이슈별(AI 윤리, IoT 윤리, 드론 윤리, 빅데이터 윤리, AI 윤리, IT 윤리, 정보 윤리) 국제 논문, 국내 논문 수에 대한 표
이슈
국제 논문
국내 논문
AI 윤리
731
42
IoT 윤리
23
0
드론 윤리
42
1
빅데이터 윤리
734
22
AI 윤리
731
42
IT 윤리
1,420
7
정보 윤리
5,550
364
교육 혁신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교육의 방식도 혁신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강의 자료 제작과 시험문제 출제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로봇이 학생들의 프로그래밍 지도를 가능하게 할 것이고, 학생들의 성취도와 개인 비전에 맞게 개인화된 교육 과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Netex Learning의 경우 교수가 커리큘럼을 작성하는 것을 돕기도 한다. 언어 번역기와 TTS(Text To Speech) 기능 등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학습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꽉 막힌 강의실에서 때 지난 교재를 가지고 케케묵은 내용을 반복하는 ‘게으른’ 교육이 더 이상 발 디딜 틈이 없도록 만들 것이다.
결연
인공지능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은 아무래도 대학이 주도해야 한다. 대학의 인공지능 교육 목표는 자칫 스킬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먼저 지구와 인류의 바람직한 발전에 합목적적으로 기여하려는 비전과 감각, 윤리적 감수성 함양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전산학 중심의 이론 교육 과정과 별도로 인공지능 응용 교육 과정도 병행되어야 하며, 한국의 위상에 맞게 내국인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행정 및 재정적 지원 속을 통해 더욱 더 성숙된 인공지능 고등 교육 모델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